작년 한 해를 보내고 별도의 회고를 작성하지 않았지만, 부트캠프 1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지금까지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떻게 살아왔고 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정리하기 위해 두서없는 회고를 시작해본다.
2022년에는 굵직한 변화가 있었다.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돌연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퇴사에 대한 욕구는 늘 있어왔다. 일은 재밌었지만 변화와 성장에 목말랐다. 2021년, 딱 1년이 되는 시점에 이직할거라고 준비를 했었는데, 갑자기 수술도 받게 되었고 준비를 어영부영 미루다가 한 해가 끝나버렸었다. 그리고 그 해 말에 처음으로 개발 프로젝트를 경험해보고 뭐에 홀린듯이 공부를 시작했다.
프로젝트를 하기 전까지는 그냥 재밌는 취미생활이었다.
퇴근을 하면 하루 서너시간을 투자해 공부를 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게 너무 좋았다. 그 프로젝트를 마치고 부족했던 내 실력을 더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간절하게 들었다. 뭔가 오기가 생겼던 것 같다. 그렇게 출퇴근길에 잘 이해도 되지 않았던 자바스크립트 딥다이브를 읽고 ㅋㅋ 이해되지 않는 알고리즘 문제도 풀고 스터디도 하고 그냥 하루종일 개발에 대한 것만 생각했던 것 같다.
처음엔 그냥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던건데, 더 잘 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그렇게 퇴사하고 공부를 시작한지 266일째가 되는 날이다.
4월부터 6월까지 2개월은 알고리즘만 공부했다. 언어에 대한 기초가 너무 부족한 상태였기 때문에 알고리즘만 붙잡고 그냥 될때까지 풀었다. 솔직하게, 다른 개발을 잘하시는 분들에 비해서 엄청 집중력있게 빡! 진도 빡! 이렇게 하진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후회가 된다. 그 땐 방법을 몰랐기에 안되는 문제를 정말 하루종일 7시간 붙잡아가며 무식하게 풀었다. 1시간 풀고 안될 것 같으면 차라리 레퍼런스를 보고 공부를 하지.. 미련했다.
가고싶은 부트캠프가 있었는데, 그 전에 다른 부트캠프에 지원했다가 운좋게 합격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빨리 부트캠프에 들어간게 참 다행이다. 그리고 처음 한달 간 엄청 기초를 배우기 때문에 좀 쉬엄쉬엄 했는데, 이 때의 나를 보면 정말 등짝을 후려쳐주고 싶은 생각이다. 그래도 잘 한건 매일 배운 내용을 TIL로 꼼꼼하게 기록하고 복습을 했다. 근데 그 날 배운 내용 +a 에 만족하지 말고 프로젝트 하나를 시작해서 더더더더더 그냥 부딪혔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 때의 나는 건강을 지키면서 사는걸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학교다닐때 n잡러였는데 그 때 건강을 너무 많이 잃어서, 이번에는 과몰입 하지 말고 적당히 재밌게 하자고 생각했었다. 근데 퇴사까지 하고 시작했으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난 죽었다 생각하고 했어도 되지 않았을까.. 뭐 이런생각.
처음에는 내가 개발에 조금 소질이 있고 잘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세상에 이런 오만방자한 생각이 없다고 생각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정답이 있는 코드 깔짝, 답이 있는 문제 깔짝댄 것 정도로 내가 잘하고 못하고를 어떻게 판단하며, 이런 마음가짐이야말로 독이라는 생각이다. 그냥 계획을 잘 세우고 이해력이 쬐에끔 괜찮은 편이라 쬐에끔 빨리 배운다고는 생각한다. 그래 이 정도는 잘한다고 할 수 있어...
사실 부트캠프를 하면서 성장한 것은 개발적인 실력보다도 나의 마음가짐이 큰 것 같다.
아아 개발실력도 물론 눈에 띄게 향상했다. 어쨌든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시작하고 어떤 기술이 필요하고 뭘 배워야 할지 정도는 기본적으로 생각할 수있게 되었으니까..? 첫 프로젝트때 뭘 모르는지 몰라서 구글링을해도 그게 뭔 말인지 몰랐던 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어쨌든 이어가자면, 그냥 인생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좀 달라진 것 같다.
올해 초반에 스터디를 하면서, 내 실력에 맞지 않는 문제를 풀고 이해되지 않는 개념 발표를 준비하면서 느꼈던 것이다. 꼭 해야할것만 같아서 하기 보다는 나에게 맞는 것을 해야한다는 것. 그 땐 개발자가 되려면 무조건 스터디를 해야하고 무조건 어려운 것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몸도 아프고 정말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보면 고작 스터디인데 그 때는 엄청 중요하고 크게 느껴졌다.) 그 때 메타인지에 대해서 좀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남들이 다 한다고해서 해야하는게 아니라, 내가 뭘 알고 모르는지를 파악하고 그 모르는 지점에서부터 시작해야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걸 깨닫고 부터 남들과의 비교도 조금은 내려놓게 되었다. 특히 동기들에 비해서 잘 살지 못한다는 느낌을 씨게 받고 있던 나는, 그 이유 하나 때문에(!) 퇴사도 고려할만큼 병적인 비교증후군에 시달리고 있었다. 비교를 내려놓고나니 비로소 그들이 피나게 노력했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는 것도 인정할 수 있게 되었고, 나는 나의 인생 그들은 그들의 인생을 각자 살아가면 되니까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개발을 하면서는 내가 잘 하고있다고 느껴도 매번 어려운 상황, 에러가 뜨거나 내가 전혀 모르는 것이 나올때마다 다시 바닥으로 되돌아가는 느낌이다. 그리고 또 새로운 것이 나오면 그것을 배우느라 또 다시 바닥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 바닥이 전혀 싫지 않다. 뭐 아주 좋을 순 없으니까, '전혀 싫지 않다' 보다는 '그래도 조금 괜찮다' 정도로 해둘까? ㅋㅋ 바닥이라고 해도 사람마다 느끼는 바닥의 높이가 다 다르겠지만, 어쨌든 늘 돌아가기 때문에 다시 겸손해진다고 느낀다. 그래서 매순간 더 발전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만 하기 때문에 개발이 좋다.
잘 성장하고 발전하는 개발자가 되어서 더 잘 하고 싶고 그래서 오래오래 일하고 싶다. ㅋㅋ
그러려면 이제 일어나서 공부를 해야한다. 처음 좋아했던 그 이유를 다시 생각하면서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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